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긴 하지만, 클래식 음악 전공자만큼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편향적으로 듣는 편이다.
특히 러시아 음악가들을 좋아한다.
막심 벤게로프, 키신, 리히터, 카푸스틴, 라흐마니노프 등등유자왕, 랑랑, 카푸송, 요요마 도 좋아하긴 함!
적고 보니 퍼포먼스가 뛰어난 사람을 좋아하는거 같기도 하다.
4월쯤에 프랑크푸르트 Alte Oper 로 산책 갔다가, 유자왕 포스터가 대문짝 하게 붙어있길래
"설마 유자왕 프랑크푸르트에서 공연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확인해보니 진짜 9월에 공연 일정이 잡혀 있더라.
고민하지 않고, 바로 티켓을 예매했다.
그러다 문득, 유자왕도 뉴욕에서 공연하러 독일까지 오는데 키신도 혹시 독일에서 공연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키신 공식 홈페이지에 확인해보니 이게 웬걸?
올해 독일에서 하는 피아노 콘서트 일정이 잡혀있었다.
근데 이 당시에는 (4월) 코로나 락다운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 티켓 예매 자체를 못했다.
티켓 구매를 위해서 내 이메일을 미리 등록해두고 잊고 있었는데,
콘서트 2주전 그러니깐 6월 초에 락다운 완화로 인한 콘서트 개최가 가능하다는 이메일을 받고 바로 발코니 좌석을 예매했다.
예매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내가 키신 콘서트를 간다고? 그 키신? 내가 맨날 듣던 그 키신이요?"
또 콘서트가 도르트문트 (내가 어학 공부를 했던 도시에서 가까운 도시)에서 열리는 것도 좋았다.
꽤나 자주 갔던 도시라 다시 한번 방문한다는 생각에 약간 설레기도 했다. (많이 변했으려나?)
독일은 주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편이라 프랑크푸르트랑 다시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예매하고, 일하고, 백신 맞고 나들이도 다니면서 현생을 살다가,
지난주에 키신 콘서트에 다녀왔다.
도르트문트! 오랜만에 가니깐 생경하게 느껴지더라.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에서도 손에 꼽는 부유하고 큰 도시라, 외국인들이 엄청 많다.
특정 인종의 외국인들이 많다는게 아니라 그냥 정말 모든 인종들을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도르트문트는 역시 NRW에 속해있어서 그런지 아랍계, 터키계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게 어찌나 낯설던지.
프랑크푸르트는 일요일에도 다운타운에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도르트문트는 하기 사진처럼 유령도시 같았다.
다들 어디갔지? 했는데 테라스 밑에서 맥주 마시고 있더라.
Such a german
커피 마시면서, 도시 구경도 새롭게 하다가 콘서트 시간이 되어서
도르트문트 콘서트홀로 갔다.
앞에서 사람들이 코로나 테스트 결과지, 신분증, 표를 들고 줄 서 있었다.
다들 나이대가 꽤 있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젤 어렸던듯. 티켓 값이 비싸기도 하고, 클래식이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장르는 아니다 보니.
독일 사람들 답지 않게? 꾸미고 온 모습이 좋았다.
노부부들이 다정하게 손 잡고 들어가는 모습도 보고~
(독일에서 조성진 콘서트,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를 봤었는데, 다들 격식 있게 차려입고 온 모습이었다.)
팸플릿도 받고, 입장해서 콘서트홀 관장이 들어와서 이번 콘서트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설명해주었다.
나는 몰랐는데, 이 콘서트가 1년 가까이 미뤄졌었다는 것.
이 콘서트의 수익금이 모두 Ruhr Musik Festival 피아노 부분에서 우승한 16세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될 것이란 것 등
더불어서, 1년이나 미뤄졌는데 키신이 이 콘서트에 흔쾌히 참여해줘서 감사하는 말도 전했다.
키신이 들어와서 인사하는데, 분명 40이 넘은 아저씨인데 왜 이렇게 꼬마 보는 느낌일까?
그리고 사람이 겸손하다는게 그냥 느껴졌다. (내 느낌)
연주는 정말 좋았다... 공간감 때문에 음이 퍼지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저렇게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여러 번 돋았다. 관객들도 기본 매너가 너무 좋았다.
키신이 무슨 곡 연주했었는지 홈페이지에서 복붙 하려 했는데, 벌써 내렸네..
팸플릿 보고 적어도 되지만, 귀찮아서 패스
'독일 일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선상으로 영어/독일어 알파벳 말하는 법 (0) | 2021.06.30 |
---|---|
프랑크푸르트 스테이크 하우스 추천 (26.06.2021) (0) | 2021.06.29 |
독일 프랑크푸르트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기 (0) | 2021.06.19 |
5월 일기 (본격 월간 일기) (0) | 2021.06.14 |
독일에서 파상풍 예방주사 맞으러 가다. (0) | 2021.05.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