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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일기

죽는게 더 편하겠다

by 훠클베리핀 2021. 1. 8.

요즘 독일에서의 유일한 낙은 밀린 드라마 보기, 산책하기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다. 지난 주말 유튜브를 보던 중 김정현이라는 아주 연기를 무섭도록 잘하는 배우를 발견하게 되었다. 

 

김정현이라고 하면 누구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의 불시착에서 구승준 역으로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 알더라. 정작 내가 본 영상은 이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게 함정. 주말에 여기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들들 볶일걸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었는데 우연히 어떤 영상을 봤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듯. 

 

김정현 배우가 서현이랑 같이 2년 전쯤에 찍은 드라마인데 이름은 시간. 

서현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썸네일에 어떤 남자가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서 있길래 뭐야? 하고 본거였다. 

 

보실 분은 꼭 순서대로 보시길

 

https://youtube.com/watch?v=THgXZjgRLLk&feature=share

 

https://youtube.com/watch?v=vJ9dF6OhL-A&feature=share

 

https://youtube.com/watch?v=oDl1kKvp9OQ&feature=share

 

 

앞 뒤 맥락 없이 봤음에도, 거기서 하는 말이 참 가슴 아팠다. 

 

자살하려는 서현과 같이 옥상 난관에서 서서 이런 얘기를 한다. 

 

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고, 

죽은 사람들이 부러웠다고. 

죽으면 고통도 끝이니깐.. 

 

그러면서 

 

죽기로 결심했으면 죽고, 

살기로 결심했으면 행복하게 살자. 

불행하려고 사는 사람은 없잖아. 

 

말하는데 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기에 어쩐지 눈물이 나더라. 그 모습이 연기로 다가오기보다, 진짜 천수호, 김정현 배우가 맡은 인물이 나한테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위로가 되더라. 그런 마음은 나만 가지는 게 아니구나. 

 

왜 그 장면에 그렇게 공감했다고 물어본다면, 나도 그 드라마에서의 김정현처럼 또 서현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매일 똑같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더 이상 내가 악바리처럼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저 그 당시에 힘든걸 빨리 끝내고 싶었다. 보통 사람들은 힘들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지. 나의 경우에는 그냥 다 끝내버리는 거 그게 젤 좋은 선택지 같았다. 죽는다는 그 생각보다 그냥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이겨내면 되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그렇게 노력할 만한 힘도 이유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깐. 

 

그렇게 이겨 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죽는게 훨씬 빠르겠다고 생각했던 건, 천수호처럼 나도 가족 중에 한 명이 자살로 죽은 사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천수호처럼 내가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고 어릴 적 일이어서 뇌리에 박혀있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이 정도. 근데 그렇게 삶을 끝낸 이가 있으니, 나도 그렇게 끝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하루하루 사는게 행복한 사람이 아닌데, 차라리 정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이 날들을 양도해버리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깐. 불치병으로 투병하는 이에게 내가 살아가야만 하는 날을 선물할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내 목숨을 직접 끊는다는 죄책감도, 그들에게는 소중한 그 하루하루를 날려 보낸다는 생각 조차 안 가질 수 있으니. 

 

본래 생각이 많고 예민하기도 예민해서, 자려고 누웠는데 어떤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잠을 그냥 못 잔다. 어떤 날은 왜 나는 이렇게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잘까 그 생각으로 날을 지새운 적도 있다. 결국엔 이런 태도가 나 자신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더라. 나는 왜 이렇지? 내가 못나서 그렇지 뭐.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불가능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 생각, 남들의 시선 그걸 난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으니깐. 생각한다고 나아질 문제들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말 이러다 죽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랑 그렇게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나이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는 커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나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귄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이도 어렸고, 내 감정 하나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그 사람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매일 밤마다 울던 나를 퇴근하고 찾아와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고 달래주었다. 거의 3년 동안이나.

그 사람이 퇴근하고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 있으면, 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돼서 안도의 눈물이 났을 정도였다. 


나는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었다. 떨어져서 지내는 가족들은 내가 이런 상태인지 알턱이 없었고, 굳이 알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일이 뭐 좋은 일이라고. 친구들은 저마다의 문제를 갖고 있었고, 그 문제들에 비하면 내 이런 우울증 같은 우울증 아닌 증상은 걱정 축에도 속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고 있느냐? 라고 묻는 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의 매일같이 울고, 그 사람 곁에서 위로받고. 내 눈 앞에 닥친 일들은 해결하고,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내가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살려는 태도를 버리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그렇게 순간을 살려고 노력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또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살려고 한 것이 아닌. 

 

갑자기 쓰게 된 글이라 두서가 없지만, 그냥 이 글을 남기고 싶었다. 

저 드라마 영상 하나로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기에. 

 

요즘도 가끔씩 죽는게 편하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마다 이 페이지로 다시 돌아와서,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 글을 썼는지 봤으면 좋겠다. 

 

더불어 김정현 배우 팬된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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